치과 진료

실란트 vs 불소도포, 내 아이에게는 뭐부터 해야 할까?

sophi0510 2025. 7. 1. 23:00

나는 치과에서 19년째 일하며 수많은 부모님과 마주쳐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바로 이거다.
“실란트는 지난번에 했는데, 오늘은 불소도포도 하라고 하시네요. 둘 다 해야 하나요?” 또는 반대로 “불소도포는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실란트는 왜 지금 필요한가요?”

치과에서 실란트, 불소도포 하고 있는 아이 사진

 

이 질문은 매우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실란트와 불소도포의 차이를 정확히 모른다는 불확실함과 아이에게 꼭 필요한 치료인지에 대한 불신, 과잉 진료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의심이 모두가 함께 담겨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의문은 제대로 설명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생긴다.
더 나아가 치과마다 설명이 다르거나, 맘카페에선 “굳이 둘 다 안 해도 된다”는 글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혼란은 더 커진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실란트와 불소도포를 단순히 비교하는 게 아니라, “내 아이에게 지금 뭐가 더 필요한가”,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는가”를 치과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판단하는 기준 그대로 풀어내겠다.

 

실란트와 불소도포는 ‘역할’이 다릅니다 (그리고 절대 대체되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는 “실란트를 했으니 불소도포는 생략해도 되겠죠?”라는 생각이다.
그 반대도 있다. “불소도포 계속하고 있어서, 실란트는 굳이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두 시술은 충치 예방을 위한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타깃, 작용 방식, 적용 시기, 효과 지속성, 적용 치아 구조가 전혀 다르다.

실란트는 ‘홈을 덮는 장치’다

즉, 교합면 홈(fissure)에 있는 음식물 끼임을 물리적으로 막아준다. 씹는 면에만 적용 가능하니 ‘씹는 면 충치’(occlusal caries)만 예방가능 하다. 또 완전한 맹출 이후 가능하며, 마모되거나 떨어질 수 있어 ‘재도포’가 필요하다. 예방효과는 해당 면 충치 70~90% 예방 가능 (미국 CDC 발표)으로 굉장히 효과가 좋다.

불소도포는 ‘치아 전체를 강화’한다.

치아 전체 표면에 흡수되어 법랑질을 강화 시켜준다. 산에 의한 탈회를 억제하고, 재광화 촉진 시키며 앞니, 옆면, 유치, 아직 맹출되지 않은 영구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시술 연령은 만 2세부터 가능하나 뱉는 연습이 잘 되었을 때 하는 것이 좋다. 효과 지속 기간은  약 3개월 (정기적 반복 필요) 예방효과 전체 충치 발생률 30~40% 감소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실란트는 ‘씹는 면만’, 불소도포는 ‘전체 표면’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실란트를 한 아이라도, 그 치아의 옆면이나 앞니, 유치 등은 여전히 불소의 보호가 필요하다. 그리고 불소도포만으로는 깊은 교합면 홈까지는 보호가 되지 않기 때문에,
어금니가 올라온 후에는 실란트가 꼭 병행돼야 한다.

 

뭐부터 해야 할까? 전문가가 판단할 때 확인하는 ‘5가지 조건’

 

실란트와 불소도포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이제 진짜 중요한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 내 아이는 뭘 먼저 해야 할까? 이건 치과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자동으로 판단되는 기준이 있다. 나는 진료실에서 이 다섯 가지 항목을 꼭 체크한다.

먼저 아이의 나이와 치아 발달 단계이다. 만 2~4세에 유치만 존재하므로 불소도포 먼저 하는 것이 좋다. 만 5~6세는 제1대구치의 맹출 초기 단계로 불소+실란트 병행이 가능하다. 만 6~7세는 어금니 완전 맹출 시기로 실란트부터 하고 불소를 병행하면 좋다.

다음은 제1대구치가 얼마나 올라왔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실란트는 치아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으면 시술이 어렵다. 홈이 덜 보이는 경우에는 실란트보다는 불소를 통해 미세 탈회 방지가 먼저다.

세 번째는 충치 병력이다. 이미 유치에서 충치를 경험한 아이는 구강 내 세균군이 ‘우식성’으로 조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실란트만으로 부족하며, 불소 도포 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네 번째는 양치 습관이다. 양치를 자주 해도 기술이 부족한 아이, 특히 밤에 칫솔질 없이 자는 경우, 단 음료나 간식 섭취 빈도가 높은 경우는 불소로 치아 전체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협조도와 시술 이해도에 따라 달라진다. 한 번에 실란트·불소 모두 시행하면 좋지만, 아이가 시술에 겁이 많거나, 보호자가 반복 방문이 어려운 경우에는 우선순위를 결정해 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

 

실란트 후 불소도포, 불소도포 후 실란트… 순서는 ‘상태 기반’입니다

 

나는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실란트와 불소도포는 예방 수단이지 ‘순서 정답’이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아이의 입속 상태가 그 순서를 알려줍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첫 번째 예시로 1 ~ 5세, 유치 충치 경험 있음, 6세 어금니 맹출 중이라면 불소도포 먼저 시행하고 1개월 후 제1대구치 완전 맹출 시 실란트 진행한다. 그 이후에도 3개월마다 불소 반복한다.

두 번째 예시로 2 – 6세, 어금니 완전히 맹출했고, 홈 깊음, 충치 경험 없다면 실란트 우선 적용 하거나 동시에 나머지 유치, 앞니 등 전체에 불소도포 병행한다.

마지막 예시로 3 – 7세, 실란트 완료 상태이고, 단 음식을 자주 먹고 양치 부족한 아이라면 불소도포 정기 반복하면서 실란트 상태 점검하고 필요시 ‘보강 실란트’ 진행하도록 한다.

이렇듯, 실란트를 먼저 할지, 불소도포를 먼저 할지는 치아 상태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조합’해야 한다.

 

진짜 중요한 건 ‘예방의 유지’입니다

 

실란트는 한 번 시술하면 수년간 간다는 이미지가 있다. 불소도포는 정기적이라 번거롭다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실은 이 두 시술 모두 “시작보다 유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

실란트는 12년 내 부분 마모, 파절, 탈락이 생기며, 부분 탈락 부위로 세균이 침투하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에서 충치가 진행되는 ‘숨은 우식’이 발생할 수 있다.
불소도포는 36개월에 한 번씩 반복해야 광화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1회성 실란트와 무시된 불소도포는 충치 재발 가능성을 높이고, 불소만 반복하고 실란트를 미시행한 경우 교합면 충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는 그래서 항상 부모님께 이렇게 정리해 드린다.
“실란트는 홈만 지켜주고, 불소는 전체 치아를 지켜줘요. 둘 다 해야 진짜 예방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기적인 점검이에요.”

 

 

부모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는 누구보다 아이에게 좋은 결정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실란트와 불소도포를 고를 때
"둘 다 하세요"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건, “왜 지금 이 시점에 이 치료가 필요한지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받는 것" 입니다.

그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바로 우리 치과위생사들이고,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이 그 선택의 기준을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면
이 글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