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실란트 꼭 해야 해?”라는 말에 담긴 엄마들의 불안
며칠 전, 우리 아이 학교 앞에서 만난 친구 엄마가 조심스레 물었다. “실란트 꼭 해줘야 해요? 요즘 맘카페 보니까 찬반이 너무 갈려서 혼란스러워요.”
나는 치과에서 19년째 근무 중인 치위생사이고, 동시에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질문은 단순한 치료 여부가 아니라, ‘내 아이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결정인가’에 대한 부모의 걱정이라는 걸 잘 안다.
요즘 맘카페를 보면 “실란트 했는데 충치 생겼다”, “병원에서 실적 채우려고 무조건 권한다더라”, “안 해도 큰 문제 없었다” 같은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치료 결정을 망설이게 된다.
그 친구 엄마도 아이가 학교 구강검진에서 ‘6세 어금니 실란트 권장’ 소견을 받았는데, 인터넷 글을 읽고 불신이 생겼다고 했다. 나는 같은 엄마 입장에서, 또 현장 치위생사로서 실란트 치료가 왜 필요하고 어떤 아이에게 꼭 필요한지, 또 부작용과 오해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기로 했다.
이 글은 그날 그녀에게 해준 조언을 더 전문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혹시 당신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이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실란트란? 치아 홈을 메워주는 '예방전문' 레진 보호막
많은 부모들이 실란트를 충치 치료로 오해한다. 하지만 실란트는 치료가 아닌 ‘예방’ 시술이다.
아이의 어금니는 어른보다 훨씬 더 깊고 좁은 교합면의 ‘소와열구(fissure)’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홈은 매우 복잡하고 비정형적이어서, 일반 칫솔로는 잘 닦이지 않는다. 특히 제1대구치(일명 6세 어금니)는 아이가 만 6세 전후로 처음으로 갖게 되는 ‘영구치’이며, 평생 사용해야 하는 중요한 치아다.
이 어금니는 가장 먼저 맹출되지만, 정작 아이는 아직 정확한 칫솔질 습관이 부족한 시기다.
게다가 어금니는 침이 잘 닿지 않는 구역이어서 자정작용도 떨어진다. 이런 조건에서 당분 섭취가 많거나, 식후 양치가 늦어지면 충치균(Streptococcus mutans 등)이 빠르게 번식해 산을 만들어 치아에 충치가 생기게 된다.
이때 실란트는 레진 계열의 얇은 수지를 치아 홈에 도포해 굳히는 방식으로, 충치균이 침투할 입구 자체를 원천 차단해준다.
마치 투명 메니큐어를 바른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시술 과정도 간단하다. 마취가 필요 없고, 치아를 산처리 후 세척하고 레진을 도포한 후 광중합기로 경화시키는 데까지 약 1015분 정도면 끝난다. 아이는 통증을 느끼지 않고, 시술 직후 바로 음식도 섭취할 수 있다.2025년 기준으로 실란트는 만18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 충치가 없는 아래 위 영구치 어금니에 한하여 건강보험이 적용되며제1대구치와 제2대구치에 한해 본인부담금은 개당 약 2,700원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단 보험적용은 치아당 1회만 가능하다. 탈락 시 2년이내 재시술은 비보험이고 2년 후에는 청구가 가능하다.
즉, 이 시기에만 받을 수 있는 ‘보험 혜택을 동반한 예방 치료’라는 점에서, 실란트는 놓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기회이기도 하다.
“근데 실란트 했는데 충치 생겼어요”라는 맘카페 글의 진실
친구 엄마는 내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맘카페 글을 언급했다. “그런데 어떤 엄마는 실란트 했는데도 충치 생겼다던데요?”
나는 그 말이 정말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 차분히 답해줬다.
맞다. 실란트를 해도 충치가 생길 수 있다.
실란트는 ‘방어벽’일 뿐 ‘완전한 면역 시스템’은 아니다. 실란트 자체는 얇고 정교한 레진막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물리적 마모나 음식물 충격, 양치 부족으로 인해 떨어지거나 금이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그 실란트의 손상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다.
보통은 실란트 아래로 충치균이 침투해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 부모가 눈치채기 어렵다. 그러다 치아 안쪽에서 조용히 진행된 충치가 어느 날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경우 많은 부모들이 “실란트 했는데 왜 충치가 생기냐”며 실란트를 불신하게 된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정기검진 미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란트 시술 후에는 3개월~6개월에 한 번씩 상태를 점검하고, 벗겨진 부분은 재도포하거나 보수해야 한다. 치과에서는 자외선 특수조명이나 탐침을 이용해 실란트의 접착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 시 재시술을 안내한다.
결국 실란트는 ‘한 번 하고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예방 루틴의 시작점으로 이해해야 한다.
실란트가 필요한 아이는 누구? 치위생사가 보는 3가지 기준
나는 부모님에게 실란트가 꼭 필요한 아이인지 판단할 때, 세 가지 기준을 설명한다.
치아 구조상 충치가 잘 생기는 경우이다. 실란트가 가장 효과적인 아이는 어금니의 홈이 깊고 날카로운 형태인 경우다. 이 경우 음식물이 쉽게 끼고, 칫솔질이 아무리 잘돼도 청결이 어려워 충치 확률이 매우 높다. 실제로 구강 내 카메라나 파노라마 엑스레이로 보면 홈 구조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두번째는 양치 습관이 불완전한 경우이다. 부모님이 직접 아이의 양치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세 번 양치하는지는 물론, 칫솔이 치아 면 전체에 닿고 있는지, 어금니 안쪽까지 닿는지, 혀를 닦는지까지 체크해야 한다. 이런 습관이 미흡한 경우 실란트로 사전 차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충치 이력이 있거나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이다. 유치 시기에 이미 충치가 자주 발생했던 아이라면, 입안의 세균 분포가 이미 충치 유발 중심으로 편향됐을 수 있다. 또한 부모 모두 충치 경험이 잦았다면, 아이도 유사한 세균군과 타액 특성을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친구 엄마에게 이 기준에 따라 진단받고, 불필요하면 안 해도 되니 상담만은 꼭 받아보라고 권했다. 우리 치과에서도 실제로 홈이 얕고, 충치 발생 위험이 낮은 경우 실란트를 권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위의 3가지 경우에 해당되어 설명드리고 권유하는 편이지만, 부모와 충분한 설명과 대화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실란트 치료는 모든 아이가 반드시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충치 고위험군에게는 ‘거의 유일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
충치가 한 번 생기면 충치 제거 후 레진 치료를 하고 여기서 충치가 더 깊어지면 인레이치료, 그 아래로 더 진행되면 신경치료와 크라운 치료까지 이어진다. 시술 비용은 수십만 원을 넘기게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치과 치료에 공포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실란트는 보험 적용으로 2~3천 원으로 끝나며, 아이에게는 치료가 힘들지 않고 부담 없는 경험으로 남는다.
나는 치과에서 수백 명의 아이들을 보며 확신하게 되었다.
치료보다 훨씬 쉬운 건 ‘예방’이라는 것.
하지만 그 예방의 기회는 시기를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다.
아이의 제1대구치가 완전히 맹출된 시점(보통 만 6~7세)은 실란트 타이밍의 ‘골든타임’이며, 이때를 넘기면 보험 적용도 어렵고 예방 효과도 떨어진다.
부모인 우리는 유행이나 맘카페 의견이 아닌, 전문가 상담과 내 아이의 구강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실란트를 할지 말지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입속 환경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관리하느냐이다.
그리고 그 결정의 시작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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