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19년 차 치위생사다.
구강 위생에는 누구보다 철저한 편이고, 환자들에게도 정기적인 스케일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몇 달 전, 내가 직접 스케일링을 받은 이후 예상하지 못한 통증을 겪으며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병원에서 간단히 스케일링을 받았다. 시술 시간은 15분 남짓, 특별히 불편한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부터 어금니 쪽 잇몸이 욱신거리기 시작했고, 찬물을 마시면 치아가 시큰거리고, 양치만 해도 시림이 느껴졌다.
심지어 사과 같은 단단한 음식은 피하게 되었고, 자극적인 음식도 먹기 어려웠다.
나는 스케일링 직후 통증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번 경험은 평소보다 훨씬 강하고 다르게 느껴졌고,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치과 전문 지식과 함께 내 스스로의 상태를 돌아보며,
왜 스케일링 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통증이 정상인지 이상 반응인지를 하나하나 분석하기 시작했다.
스케일링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케일링을 ‘치아 표면을 깎아 밝게 만들거나, 시원하게 청소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스케일링은 단순한 미용 시술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치아의 치면에 침착된 치석(calculus), 플라크(plaque), 그리고 색소(stain)를 제거하는 예방 치료이며,
그 목적은 치주 질환을 조기에 예방하고, 잇몸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다.
치아에 붙어 있는 치석은 단순한 음식물 찌꺼기가 아니라, 세균의 사체, 침 속 무기질, 치은열구액 등 다양한 물질이 침착되어 돌처럼 굳어진 상태다. 특히 치은연하(잇몸 아래)에 쌓인 치석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며, 장기간 방치될 경우 치주염, 치조골 흡수, 치아 동요도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치석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가 바로 ‘초음파 스케일러’다. 초당 약 25,000~30,000회의 진동으로 치석을 부수고, 동시에 물을 분사하여 세척한다. 치석이 많은 사람에게는 진동이 조금 더 깊이 전달될 수 있고,염증이 있거나 잇몸이 얇은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시술 중 혹은 시술 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이 기본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왜 나에게 예상 이상의 통증이 생겼는지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었다.
스케일링 후 통증, 단순히 ‘센 기계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스케일링 받고 나서 더 아팠어요"라고 말할 때, 그 원인을 스케일러의 강도나 시술자의 손놀림으로만 돌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비전문적인 강한 압이나, 잇몸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테크닉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케일링 후 통증은 치석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서 생기는 ‘생리적 반응’이다. 치석은 오랜 시간에 걸쳐 치아와 잇몸 사이에 붙어 있었고, 그 자체가 일종의 ‘물리적 보호막’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실 이 치석은 세균의 온상이며, 잇몸을 조용히 파괴하는 주범이다.
이러한 치석이 제거되면, 그 아래 숨겨져 있던 치아 뿌리(치근면)나 노출된 상아질(dentin)이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며 시림이 생긴다. 내 경우도 1년 가까이 정기 스케일링을 미뤘던 게 원인이었다. 그 사이 깊숙한 부위까지 치석이 침착되어 있었고, 그 치석을 제거하면서 잇몸이 얇게 내려앉고, 치근 표면이 노출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상아세관(dentinal tubules)이 외부 자극을 강하게 받으며
차가운 물, 칫솔 자극, 심지어 공기 접촉에도 시큰한 통증이 나타난 것이다. 즉, 통증의 원인은 치석 제거 자체가 아니라, 제거 후 노출된 치아 구조의 ‘예민함’ 때문이었다. 치약 광고에도 자주나오는 '노출된 상아질'이 원인이었다.
잇몸 통증은 ‘염증 회복’의 신호이기도 하다
내가 스케일링 후 통증을 경험한 또 하나의 이유는, 치석과 함께 제거된 염증성 잇몸 조직 때문이었다.
잇몸이 부어 있었던 것은 자각하지 못했지만, 실제로 스케일링 이후 잇몸이 붉게 부어오르고, 열감이 느껴지는 걸 보며 ‘내 잇몸이 생각보다 많이 약해져 있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치은염이나 초기 치주염은 통증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지낸다. 그러나 염증 조직은 혈관 확장과 미세한 신경자극을 유발하기 때문에, 제거 후에는 해당 부위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일시적인 염증 반응이 강화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이 시기를 ‘회복의 입구’라고 생각한다. 스케일링 후 잇몸이 붓고 시리고 통증이 느껴지는 건, 오히려 내 몸이 염증에 반응하고 회복을 시작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반응은 대부분 3~5일 내 가라앉고, 7일 이후에는 치은 색이 붉은색에서 건강한 선홍색으로 바뀌게 된다.
통증이 무서워 스케일링을 피한다면, 더 큰 병을 부른다
많은 환자들이 스케일링 후 통증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치과 가기 무서워요”, “그날 이후로는 아예 안 가요”라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통증은 며칠 안에 사라집니다. 하지만 잇몸이 내려앉고, 치아가 흔들리는 시점의 통증은 몇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치주염은 침묵의 질환이다. 초기에는 아무 증상이 없지만, 서서히 잇몸이 내려앉고, 치조골이 흡수되며, 결국 치아가 빠지게 된다. 이때는 스케일링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잇몸 수술, 치조골 이식, 임플란트 등의 고가 치료가 필요해진다. 내가 겪은 일시적인 통증은, 그 모든 큰 치료를 피할 수 있는 작은 ‘경고’이자 ‘기회’였다. 그 통증 덕분에 나는 다시 칫솔질을 더 정교하게 하게 되었고, 구강세정기와 치간칫솔 사용도 루틴화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 구강 건강은 더 나아졌다.
이번 경험은 나에게 두 가지를 가르쳐줬다.
하나는, 아무리 전문가여도 ‘자기 입안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건 어렵다’는 것.
둘째는, 스케일링 후의 통증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회복의 과정 중 하나이며, 올바르게 관리하면 더 건강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환자들에게 말한다. “스케일링 후 약간의 통증이나 시림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염증이 사라지고, 치아가 다시 건강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다만, 통증이 7일 이상 지속되거나,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면 이는 치근 노출, 치주 낭 악화, 혹은 치근균열 등의 이상 반응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과에 내원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건강한 치아는 하루아침에 망가지지 않지만, 방치로 인해 서서히 무너질 수 있다. 지금의 작은 통증이 10년 후의 큰 치료를 막을 수 있다면, 그 통증은 두려움이 아니라 감사해야 할 경고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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