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

임신 중 치과 치료, 해도 되나요?

sophi0510 2025. 7. 3. 23:30

임산부에게 있어 건강은 곧 아이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임신 기간 중 받게 되는 모든 치료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치과 치료는 마취, 엑스레이, 약물 복용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신 중엔 치과 가면 안 된다”는 말이 오랫동안 통념처럼 자리잡아 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치의학과 산부인과, 그리고 모자보건학에서 공통적으로 밝히는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치과 진료 받고 있는 임산부

 

“임신 중이라도 적절한 시기와 방식으로 접근하면 대부분의 치과 치료는 안전하다.”

임신 중에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가 구강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변화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증가로 인한 잇몸의 염증 민감도 상승입니다.
그 결과로 생기는 질환이 바로 임신성 치은염(pregnancy gingivitis)입니다.
이는 임산부의 60~75%에서 나타나며, 잇몸 붓기, 출혈, 잇몸 통증 등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하면 치주염으로 악화되어, 산모에게는 영구치 손실, 태아에게는 조산 및 저체중아 출산 위험 증가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내 보건복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모두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치과 치료는 임신 주수와 건강 상태에 따라 계획적으로 시행하면 충분히 안전하다.”
즉, 문제는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받느냐’에 있습니다.
임신 중 치과 치료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안전한 치료를 받기 위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 때입니다.

 

임신 시기별 치과 치료 가능 범위와 최적 치료 계획

임산부의 몸은 주차(week)에 따라 해부학적, 생리학적으로 계속 변화합니다.
이 때문에 치과에서는 임신 주수를 기준으로 치료 가능 여부와 범위를 판단하며, 시기별 접근은 다음과 같습니다.

1기(1~13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시기

임신 초기에는 태아의 심장, 중추신경계, 장기 등의 기초적인 기관 형성이 이뤄지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모든 자극에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치료보다는 응급 상황 대처에만 집중합니다.
다만 극심한 통증, 감염, 농양 등으로 인해 산모의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줄 경우엔 반드시 치료를 시행해야 하며,
마취와 진통제는 산모와 태아 모두에 안전한 범위 내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2기(14~27주): 치과 치료에 가장 적합한 시기

태아의 장기 형성이 대부분 완료되고, 유산 위험이 낮아지는 안정기로
치과 치료를 가장 계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충치 치료, 스케일링, 레진, 크라운, 보철 치료, 단순 발치도 가능하며, 마취, 엑스레이, 항생제 사용도 제한 없이 적용 가능합니다.
이 시기에 치과 방문을 계획하고 치료를 끝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3기(28~40주): 치료는 가능하나 체위와 스트레스 주의

임신 후기로 갈수록 자궁 크기가 커지며 치과 의자에 누워 있는 자세가 어렵습니다.
또한 긴장, 피로, 통증 등은 자궁 수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시간을 최소화하고 자세 조절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케일링이나 간단한 치료는 가능하지만,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치료는 출산 이후로 미루는 것이 더 안전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시기 구분은 ‘치료 가능/불가능’의 기준이 아닌, 의학적 안정성과 진료 계획을 위한 기준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치과와 산부인과가 협업하여 맞춤형 진료계획을 수립한다면 임산부는 불필요한 걱정 없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마취, 엑스레이, 약 복용 – 정말 괜찮을까?

임산부가 치과 치료에서 가장 많이 두려워하는 세 가지는 마취제, 엑스레이, 약물입니다.
하지만 현대 치과 치료에서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엄격한 안전기준 하에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국소 마취제

치과에서 사용하는 마취제인 리도카인(Lidocaine)은 미국 FDA 기준 B등급 약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는 동물실험에서 유해성 없음이 입증되었으며, 인간 대상 연구에서도 태아에 대한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약물입니다.
보통 리도카인은 에피네프린과 함께 사용되는데, 혈관수축 작용이 있어 국소마취 효과를 오래 지속시키며 전신 흡수를 줄여줍니다.
산모의 통증을 무작정 참게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자궁 수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마취는 오히려 필요한 조치입니다.

엑스레이 촬영

치과용 엑스레이는 디지털 장비를 사용할 경우 1회당 0.005~0.01 mSv 정도로, 매우 낮은 방사선량입니다.
이는 일반인이 1년 동안 자연환경에서 받는 방사선의 1/100 수준이며, 특히 납 방어복을 착용하면
태아로의 방사선 노출은 사실상 무시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정확한 진단 없이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엔 망설이지 말고 촬영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약물 복용

치과 진료 후 진통제와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과 페니실린계,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임산부에게 널리 사용되며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입니다.
금기 약물로는 이부프로펜, 아스피린, 테트라사이클린 등이 있으며, 치과의사가 임산부의 약물 리스트를 반드시 확인한 뒤 처방하므로 의료진 지시에 따라 복용한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취·엑스레이·약물 사용은 모두 “의학적 판단 하에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문제는 무작정 치료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 후 적절히 활용하는 것입니다.

임신 중 구강 관리와 치과 내원 시 꼭 알아야 할 실전 팁

치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적 관리와 올바른 위생 습관이 병행되어야 불필요한 치료를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임신 중에는 구강 내 pH가 낮아지고, 침의 점성이 높아지며, 구토(입덧), 야식 등으로 인해 충치·염증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일상적인 구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임산부를 위한 구강위생 수칙

1. 하루 2회 이상 부드러운 칫솔불소 치약(1,000ppm 이상) 사용

2. 치실 또는 치간칫솔을 활용하여 치은열구(잇몸 사이) 세정

3. 입덧 후엔 바로 양치하지 말고 30분 후에 양치, 그 전엔 물이나 베이킹소다 물로 헹구기

4. 구강 건조 예방을 위해 물 자주 마시기

5. 단 음식과 산성음료 섭취 후 바로 물로 헹군 뒤 양치

치과 내원 시 알아두면 좋은 점

  • 임신 주차, 산부인과 병력, 주치의 정보 전달 소견서 지참, 복용 중 약물을 미리 알려주기
  • 복부 압박을 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약간 기울인 자세를 유지
  • 긴 치료는 2회로 나누어 짧게 진행하는 것이 좋음
  • 심한 치은염 또는 구내염이 있는 경우 임신성 원인인지, 세균성인지 정확히 감별 필요
  • 스케일링은 임신 2기에 받고, 출산 후 6개월 내 정기검진 재방문 권장
  • 동반 보호자와 함께 방문하여 진료 후 귀가 시 안전 확보
  • 마취나 처방 약 복용 전에는 반드시 산부인과와 병행 확인

임산부가 치과를 방문하면 치과의사나 치위생사는 단순히 치료에 그치지 않고, 예방 중심의 구강위생 교육, 정기 스케일링, 잇몸 마사지, 산모에게 적절한 칫솔질법, 출산 후 아이의 구강관리까지 연계한 안내를 함께 제공합니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이야말로 모자건강에서 치과가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 중 하나입니다.

 

치과 치료를 두려워하거나 무조건 미루는 것은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임신 중 구강 질환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악화되기 쉽고, 자칫하면 산모의 건강뿐만 아니라
태아의 성장과 분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치과는 산모를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 안전 약물, 고정밀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모두 임산부 진료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전문가입니다.
임산부는 치료를 받는 것이 ‘두려운 일’이 아니라, 건강한 출산과 산후 회복을 위한 필수 과정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 올바른 판단, 전문가의 손길.
이 세 가지가 있다면 임신 중에도 치과 치료는 안전하고 필수적인 의료행위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