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진료

소아치과 진료 시 부모가 자주 하는 오해 7가지

공부하는 소피 2025. 7. 23. 07:00

치과에서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단순히 ‘작은 입안’을 치료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어렵고 섬세한 일은 바로 부모님의 오해를 풀고, 아이와 보호자 모두를 안심시키는 과정입니다.

소아치과 진료 중 아이를 안심시키는 과정

 

저는 19년 동안 치위생사로 근무하면서, 그 중 절반 이상을 소아치과 상담과 진료 보조에 집중해 왔습니다. 한 해 수백 명의 어린이들을 진료실에서 마주하다 보면 아이들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보호자를 만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보호자들의 반응 뒤에는 거의 언제나 ‘불안’과 ‘오해’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아이를 사랑하기에 걱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이 정확한 정보에서 출발하지 않을 때, 잘못된 믿음, 잘못된 판단, 불필요한 진료 거부로 이어지며 결국 아이에게 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했던 부모님들의 대표적인 오해 7가지를 정리하고,
각 상황에서 어떻게 설득하고 설명하면 민원을 줄이고 진료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지를 실무자의 시선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소아치과 상담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든 치과 종사자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유치는 어차피 빠지는 건데 치료 안 해도 되죠?”

(치료 거부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오해)

이 질문은 부모님이 소아치과에서 가장 자주 하시는 말 중 하나입니다. 특히 앞니에 충치가 있거나, 어금니에 작고 검은 점이 보일 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얘는 이가 금방 빠질 텐데요?” “어차피 새 이 나올 거잖아요. 그냥 둘게요.” 하지만 실무자로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유치 치료는 단순히 치아 하나를 살리기 위한 치료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주는 예방 치료입니다.

실무 팁

엑스레이를 보여주며 설명: "이 어금니는 만10~11세까지 사용돼요. 아직4 ~5년은 더 있어야 빠지기 때문에 꼭 치료가 필요합니다."

공간유지 개념 설명: “이 치아가 빠지면 아래에서 올라올 영구치 자리가 좁아져서 교정이 필요할 수 있어요.”

음식 섭취와 발음에도 영향: “앞니는 ‘ㅅ,ㅈ’ 소리를 낼 때 중요한 역할을 해요. 충치로 빠지면 발음에도 영향을 줘요.”

“아이가 무서워해서 오늘은 치료 힘들겠어요”

(불안한 아이를 보는 보호자의 즉각적인 진료 거부)

처음 치과에 방문한 아이가 울거나 입을 벌리지 않으면, 많은 부모님이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아닌 것 같아요.” “다음에 다시 올게요.” 하지만 실무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바로 이 순간입니다. 지금 치료를 미루면 아이는 치과를 ‘더 무섭고 더 어려운 곳’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다음 방문은 더 격렬한 저항으로 이어지며, 결국 수면 치료나 전신마취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무 팁

부담 없는 행동으로 아이 적응 유도: “오늘은 진료가 아니라 칫솔질만 해볼게요. 앉아서 TV만 봐도 괜찮아요.”

부모님에게 설득: “오늘 간단한 경험만 하더라도 아이가 ‘치과는 무섭지 않다’는 기억을 가질 수 있어요.”

‘치과 첫인상’의 중요성 강조: “치과 첫 경험은 평생 기억에 남아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에요.”

“마취는 아이한테 위험하지 않나요?”

(마취에 대한 불신으로 치료 자체 거부)

소아치료에서 충치가 깊을 경우 국소 마취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부모님 중에는 ‘마취는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 너무 어려서 마취는 안 시켰으면 해요.” “혹시 마취하면 후유증이 생기나요?” 이는 대부분 인터넷 상의 공포 정보나 타인의 경험담에 기반한 불안입니다.

실무 팁 

국소마취 vs 전신마취 구분 설명: “오늘은 전신마취가 아니라, 잇몸 부위만 마취하는 국소마취예요.”

사용량 설명: “아이 체중에 따라 계산된 아주 소량만 사용하고, 부작용은 거의 없습니다."

침착한 표정과 목소리 유지: 부모는 실무자의 표정에서도 신뢰를 느끼므로 설명 시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에 치료했는데 또 충치가 생겼어요. 이건 병원 탓 아닌가요?”

(재치료에 대한 불신과 비용 항의)

보존 치료(레진 충전, SS크라운 등)를 했던 부위에 충치가 재발하거나 접착물이 떨어지는 경우,
부모님은 병원의 치료 자체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이거 예전에 치료한 건데 왜 또 생겼어요?” “그때 제대로 안 해주신 거 아니에요?”

하지만 아이들은 식습관, 양치 습관, 타액 구성 등이 매우 민감해 충치가 빨리 재발하거나 인접 치아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 팁

치아 번호, 치료 날짜, 이전 영상 기록으로 확인

“이 부위는 새로 생긴 충치입니다. 이전 치료 부위는 잘 유지되고 있었어요.”

사진 비교 설명: 시각적으로 전후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습니다.

“아이한테 미리 말 안 했어요. 놀랄까봐요”

(사전 정보 없이 치료 받는 아이의 공포와 저항)

부모가 아이에게 진료 내용을 미리 알리지 않는 경우, 아이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의자에 앉게 됩니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아이는 불안, 공포, 저항이 격렬해지며 진료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실무 팁

“아이에게 치료 내용을 미리 설명해주시면 훨씬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요.”

“우리는 무서운 치료를 하지 않아요. ‘칫솔로 닦는다’, ‘입 안에 바르는 약’처럼 부드럽게 말해주시는 게 좋아요.”

치료 전 대기시간 활용: 아이와 대화하고, 치료 도구를 보여주는 ‘치과 적응 시간’을 가짐

“붙이기만 하면 되잖아요. 왜 또 돈을 받아요?”

(보철 재부착 민원 및 비용 오해)

보철물(SS크라운, 충전제 등)이 떨어졌을 때 부모님은 ‘다시 붙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안쪽에 충치가 생기거나 보철물 자체가 변형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재부착이 아니라 재시술이 필요한 상황이 많습니다.

실무 팁

“보철물 안쪽에 충치가 생기면 다시 붙여도 떨어져요. 그래서 상태 확인 후 재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요.”

내시경 또는 모니터 확대 영상 활용: 보호자에게 시각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꼭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이를 왜 눌러요? 너무 억지로 하시는 거 아니에요?”

(신체 고정에 대한 민원)

진료 중 아이가 머리를 흔들거나 갑자기 입을 다물면, 입안 기구로 인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고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본 부모는 “애를 억지로 잡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무 팁:

“이건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정확하고 확실한 치료를 끝내기 위한 보호용입니다.”

치료 전 부모 동의서와 설명 필요: 고정 필요성, 사용 도구, 예상 반응 등을 미리 설명하면 민원 발생률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부드럽고 단호한 태도: 감정이 섞이지 않도록 일정한 어조와 표정으로 설명합니다.

 

소아치과 진료는 기술보다 설득의 힘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의 입을 벌리는 것도 어렵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여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열었을 때, 우리는 아이의 미래 치아 건강까지 책임지는 진짜 의료인이 됩니다. 부모의 오해는 의도적인 반항이 아닌, 불안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 불안을 정확한 정보와 따뜻한 언어로 풀어주는 것이 우리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전문적인 역할입니다. 이 글이 소아환자를 진료하시는 모든 치과 실무자분들께 실질적이며 감정노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